▶본지 11월 21일자 A25면 참조
노무법인 점검 결과 ‘산재 카르텔’이 의심되는 부정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소음성 난청 진단을 겪던 근로자 A씨는 산재 신청을 위해 노무법인을 찾았다가 집에서 멀리 떨어진 병원을 소개받았다. 노무법인은 소음성 난청을 승인받은 뒤 A씨가 탄 보상금 4800만원의 30%(1500만원)를 수수료로 떼갔다. 진단 비용을 대신 내주는 등 혜택을 제공하고 특정 병원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기업형 영업행위’를 한 노무법인도 적발됐다. 노무사나 변호사 자격이 없는 브로커가 산재보상 전 과정을 처리한 뒤 수임료를 챙긴 사례도 드러났다. 정부는 이번 조사에서 노무법인과 법률사무소 11곳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해 말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에선 총 486건의 부정수급 사례가 적발됐다. 부정수급 적발 규모는 총 113억2500만원으로 집계됐다. 부정수급이 의심되는 4900여 건은 근로복지공단이 조사하기로 했다.
노동계는 이번 조사 결과에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적발된 부정수급 사례는 지난해 산재 승인 건수 14만4965건과 비교해도 극히 일부”라며 “극히 일부의 부정수급 사례를 가지고 산재환자 대부분을 실체 없는 ‘산재 카르텔’로 몰고 있다”고 비난했다.
과거엔 퇴사 후 3년 이내 산재를 신청해야 했다. 노화로 인한 청력 손실을 고려하지 않고 보상금을 지급한 것도 고령층의 산재 신청이 늘어난 배경으로 지목됐다. 고용부는 소음성 난청 산재 신청자 중 60대 이상 고령층이 93%라고 부연했다.
산재환자 부실 관리도 기금 건전성을 해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요양 기간 연장 여부는 질병별로 표준 요양 기간이 없어 주치의의 재량에 따라 결정된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장기요양이 증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7년간 전체 산재 요양환자 중 6개월 이상 장기요양환자는 연평균 48.1%에 달했다. 환자 중 절반은 6개월 이상 병상에 누워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지난 1월 발족한 ‘산재보상 제도 개선 TF(태스크포스)’를 통해 제도 개선책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적발 사항에 대해선 수사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조해 산재 카르텔과 같은 부조리가 다시는 발붙일 수 없도록 엄정히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공인노무사 제도 전반을 살펴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개선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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